15년 전의 손님이 남긴 따뜻한 마음

작년 말 즈음,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한 고객이 카운터 직원에게 봉투를 건네더니 일언반구도 없이 가게를 나섰다. 카운터 직원들은 봉투 안을 확인했다가 돈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는 분실물로 생각하고 보관해 두었다.

 

그렇게 반년 가까이 보관을 해오다, 장기 분실물 처분을 위해 봉투를 열어본 직원들은 그제야 봉투 안에 돈과 함께 들어있던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 적힌 사연은 15년 전, 당시 A 씨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교보문고 강남점에 와서 책과 학용품을 여러 번 훔치다가 직원에게 발각되며 도둑질의 막을 내렸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를 둔 아버지가 된 A 씨는 "아이를 키우다 문득 뒤돌아보니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남기는 책값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마음으로 편지의 끝을 맺었고, 동봉된 금액은 5만 원권 20장으로, 총 100만 원이었다. 

 

교보문고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도 책을 훔친 과거로 인해 몇만 원의 돈을 내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이 규모의 금액을 낸 손님은 거의 없었다. 편지를 본 직원들 모두가 감동했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측은 논의 끝에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던 신용호 창립자의 뜻을 잇기 위해 결식 위기 아동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단체에 기부하게 되었다. 고객이 남긴 소중한 마음이 결식아동의 따뜻한 희망이 되길 바란다"며 고객의 돈에 기업의 돈을 보태어 아동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